2011 2012

소개팅 2

from diary 2009/11/19 00:13

 

처음엔 잘 될줄 알았다.

 

어색할 것만 같던 첫 만남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토요일 저녁 처음 만나 카페에서 세시간동안 떠들면서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으니...

 

자꾸자꾸 웃어대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녀도 내가 싫지는 않구나 하는 확신이 조금은 들었다.

 

시간은 이윽고 밤 11시가 되었고,

그녀를 보내주어야 했다.

 

헤어짐 앞에 다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건대입구역에서 서로 반대편 승강장으로의 이별.

 

그렇게 즐거웠던 만남이 끝나고,

뭔가 잘 될것같은 기분에 휩싸였지만,

곰곰히 생각할 수록

소심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내일 다시 여유있게 만나 이야기하고 싶긴 하지만

만나자고 하기엔 그녀의 마음을 알 수가 없고,

또 나는 스터디가 있어 시간을 낼 수가 없다.

어떻게해야 하나...

 

다음날 일요일 스터디에서 멤버들에게 잘 된것 같다고 자축하며

술을 옴팡지게 먹고서는,

가방을 홀랑 잃어버렸다. ('')>

가방과 더불어 핸드폰, 지갑, 전자사전, 주민등록증,기타등등도 함께...

 

그 다음날인 월요일 부터는 경황이 없었다.

연락을 하고싶어도,

휴대폰이 없고,

휴대폰을 만들려니 주민등록증이 없고,

주민등록증을 만들려면 동사무소에 가야하고...

 

그 즈음 갑작스레 회사에 일이 쏟아졌고,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다.

 

며칠뒤 휴대폰을 질렀고,

또다시 시작된 어색한 문자 몇통.

만남 바로뒤의 연락은,

소개팅이란 어색한 만남보다 더 어려웠다.

 

매일 문자만 할 수도 없었고,

나도 바쁘고 그녀도 바쁜 한주라 만나자는 이야기도 할 수 없었고,

한번 본 사이에 친한척 전화를 계속 하기도 어려웠다.

 

연락이 조금씩 잦아지더니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맨날 술이나 처먹고, 가방이나 잃어버리고...

이런 뼛속까지 루저인 나를 누구에게 포장해 준단 말인가.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소개시켜준 후배는 "왜! 연락안해?", "도대체 뭐가 문젠데?"를 남발하고,

주변 친구들도 "너 실은 싫은거 아냐?", "안되도 시도는 해봐라~" 이런 비슷한 말들만...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완벽한 만남이되기엔 내가 너무 불완전해.

(그래, 나는 철저한 AB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달이 지났다.

이젠 너무 늦어버려 연락을 한다해도

좋은 소리가 나올리 없다고 확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자 한통이 왔다.

그 때 급한 일을 처리중이었는데,

문자를 보자마자 일손을 놓고 한순간 멍해졌다.

 

'이거 소개시켜준 후배놈이 장난치는거 아닌가?'

할 정도로 믿기지 않는 문자였다.

 

그녀의 문자였다.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냐는 이야기를 건네온 그녀.

문자의 내용상 후배가 장난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내 답문은 그저,

...먼저 연락못해서 미안다...

...미안하다...

그랬던것 같다.

 

한걸음 더 다가간다는게 이렇게나 반가운걸

나는 왜 그동안 '맨재기'마냥 그랬을까.

(우리엄마가 이런 날 봤으면 분명 이렇게 얘기했을 꺼다. 이구~ 이런 맨재기~ 맨재기~)

 

이렇게 용기쟁이 소개팅 그녀와의 만남은 다시시작되었다.

 

소개팅 전에는 전화를 먼저 걸어온

그녀에게 너무 부끄러웠고,

여전히 나는 다시 또 연락을 해온

그녀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이런 내가 너무 부끄럽고 용기내준 그녀앞에 질수없어

내일 두번째 만남을 약속했다.

 

이번엔 또 어떤 감정을 느낄지

조금 벅차오르는 듯 하면서도 여전히 떨리기 시작한다.

 

차분히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그래, 난 그냥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대로 행동하면 돼~.'

'나는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생각하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야~.'

계속 이렇게 되뇌이며 나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고있다.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생각하는게 나에게 제일 큰 용기가 될 것 같아서...

 

잘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게 나쁜 사람만은 아니다.

좀 더 용기를 갖자!

아자아자!

 

그녀가 한발자국다가오면

이제 난 두발짜국 더 다가려고한다.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갱우 2009/11/19 02: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거슨 무삼 부니기?

  2. Favicon of http://hongyver.pe.kr BlogIcon hongyver 2009/11/19 08: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역시 넌 루저~ 뒤저~ 후저~

  3. 키타~ 2009/11/19 09: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차남처럼 응원하는 분위기는 절대 안 나오는걸

  4. lalamo 2009/11/19 14: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뭐여 결국 그녀한테 먼저 연락이 왔단얘기여~~~~~~
    엄청 진지하게 봤더만 -.-
    여자먼저 연락하게 하는남잔 별루더라~~~~~~~~~
    그리구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거임 흥
    좋겠다 러브러브~~~~

    (그런데 입력창 글씨가 왜이리 작지... 택스트크기 보통인데)

    • Favicon of http://www.lifebalance.pe.kr BlogIcon NIXXXON 2009/11/19 15:47  address  modify / delete

      역시 디자이나라 다르시군여~ 감사합니다~ ^^
      (그나저나 저 윗분들은 그 쪼꼬만 글씨로 용캐도 잘 쓰셨군~ㅋㅋ)

      암튼 그래서 더 많이 부끄럽고 그런데요,
      그래서 더 잘해주려고해요~ 헤헤~ ^^;;;;

  5. Favicon of http://greenmaru.com BlogIcon 그린B 2009/11/23 17: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루저는 무슨-_- 루저타령 하고 있으니까 루저가 되능겨!!!버럭!!